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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외 출간물

【L★R Rock Battle】AFTER STORY 3장【Fantôme 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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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 Rock Battle】AFTER STORY 3章【Fantôme Iris】 | News | from ARGONAVIS(フロム アルゴナビス) 公式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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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여행 이틀째 아침, Fantôme Iris가 숙박 중인 호화로운 방.
 여기는 L★R Rock Battle 운영이 준비한 방을, 밴드 리더인 펠릭스・루이=클로드・몽도르가(독단으로) 그레이드 업을 한 결과이다. 회석요리의 코스로 착각할 정도로 호화로운 조식을 앞에 둔 펠릭스는, 상쾌한 아침 공기와는 달리 비척비척 일어난 쥰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아침, 쥰. 몸 상태는 어때?"
 "좋은 아침이에요…….  몸은 괜찮은데요, 아침부터 이렇게나 많이 못 먹는다고요……."
 "이런, 그러니? 쥰은 아침밥으로 양식이 좋았으려나. 지금이라도 바꿔 달라고 할까."
 그러자, 예의 바르게 정좌를 하고 식사하던 쿠스노기 다이몬과, 남자답게 가부좌를 틀고 있던 미츠루기 코하루가 조금 걱정스럽다는 듯이 쥰을 올려다보았다. 
 "쥰. 식욕이 없는 거라면, 국물이라도 먹어두는 게 좋아."
 "응? 너, 어제 꽤 일찍 눕지 않았던가?"
 "그게, 밤중에 길드 멤버한테서 메시지가 와서……."
 "여행 와서까지 게임이냐……. 그래도 거절을 못 했던 거겠지. 나중에 낮잠이라도 조금 자면 될 거야. 일어나서 먹을 수 있도록, 밥은 오니기리로 만들어둘 테니까."
 "우웃, 다이몬 상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토모루는 언제 온댔지?"
 건더기가 잔뜩 들어있는 미소시루를 먹으며 코하루가 물어보았다. Fantôme Iris의 또 다른 멤버인 쿠로카와 토모루는 영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도중부터 참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 밤에는 도착할 거야. 아까 '겨우 일이 정리될 것 같다'라고 메시지가 왔으니까."
 "그럼 저녁은 다 같이 즐길 수 있겠네. 좋은 와인을 잔뜩 가져왔으니까, 모두가 모이면 열자꾸나."
 "옷, 오늘 밤은 술 파티군! 기대되는데."
 엄지를 치켜든 코하루에게, 펠릭스가 가볍게 윙크로 응했다. 젓가락을 놓고 '잘 먹었습니다.' 하고 작게 합장을 한 다이몬이 말했다.
 "그럼, 낮 동안은 어떻게 보낼 거지? 어제는 도착이 늦어졌으니까, 거의 아무것도 못 했는데."
 "나는 목욕탕에서 큰 소동이 있었고, 다이몬은 탁구 배틀이 있었던 것 같지만 말이지……."
 "무슨 얘기니? 재미있어 보이는 얘기네."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는 펠릭스에게, 코하루가 웃으며 '밤에 술 마시면서 얘기해줄게.' 하고 답했다.
 펠릭스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각자, 밤까지 자유롭게 지내도록 하자. 모처럼 '위안 여행'이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한숨 돌리자꾸나."
 "나는 상관없는데, 페리는 괜찮아? 토모루의 수행도 없다고."
 "걱정 말렴. 그렇게 멀리까지 갈 생각도 없고. 밤까지는 제대로 돌아올 테니."
 그렇게 일동은 각자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깨끗하게 손질된 정원의 길을, 펠릭스는 혼자서 산책하고 있었다. 여관에서 준비된 외출용 유카타를 입고, 빛나는 것 같은 금발을 하나로 묶었을 뿐인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스쳐 지나가는 숙박객이 '모델인가? 배우?' '촬영 같은 거 아냐!?' 하고, 새어 나오는 귀족 아우라를 돌아보았다.
 "호오, 이 여관은 영화의 촬영에도 쓰이는구나. 정말 아름다운 일본 가옥이야. ……어라, 저건."
 펠릭스가 발견한 건 족욕장이었다. 정원과 마주한 툇마루에 라탄 재질의 방석이 균일하게 놓여, 발밑의 도랑에는 따뜻한 물이 흐르고 있다. 물에서는 희미하게 흰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후후, 정말 일본인은 '목욕'을 좋아하는구나. 발만 온천에 담그는 건 어떤 느낌이려나. ……실례, 여기는 나도 이용해도 되는 거려나?"
 정원을 청소하던 스태프에게 묻자, 숙박객은 언제든 사용해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스태프는 근처의 선반에서 수건을 몇 장 건네며, '편안히 이용해주세요.' 하고 미소 지었다.
 "Merci. ……이런, 저기 있는 건 슈인가?"
 뒤이어 정원에 나타난 것은 εpsilonΦ의 우지가와 슈였다. 슈도 혼자 산책을 하고 있었던 건지, 갑자기 말을 걸자 놀라 어깨를 흠칫하고는, 목소리의 주인을 발견하고는 눈에 띄게 얼굴을 찌푸렸다.
 "에……"
 "에? 예술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니? 그렇네, 이 온천 시설의 건축미는 예술이라고 해도 될지도 모르겠는걸."
 "아니거든.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만나서 짜증 난 '에'라고."
 "그나저나 슈는 족욕장에 들어가 본 적은 있니?"
 "내 말 들었나? 뭐고 갑자기."
 "발만이라도 가볍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니,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혹시 괜찮다면 같이 즐기는 건 어때?"
 "들어갈 리 없잖여, 기분 나빠."
 휙, 발을 돌린 슈가 떠나려 하자, 청소 중이던 스태프와 부딪혀버렸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스태프에게, 슈는 작게 중얼거렸다.
 "짜증 나게, 꾸벅거리지 말라꼬. ……됐다, 내도 제대로 앞을 못 봤으니께."
 "어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다니, 슈도 어른이 된 거려나."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는 펠릭스를, 슈는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그러자 펠릭스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 저기, 이 아이는 내 지인인데. 족욕장에 들어가고 싶은 것 같은데, 정말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라서 말이지. 도와주지 않겠니?"
 "하아!?"
 선뜻 고개를 끄덕인 스태프가, 슈를 툇마루에 올려주었다.
 "잠까……, 갑자기 건들지 말라꼬!"
 "날뛰는 건 엘레강트하지 않잖니, 슈."
 웃으며 대응하는 스태프에게, 이런 곳에서 시시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빨리 끝내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슈는 '양말 정도는 내가 벗을 테니까!'하고 스태프의 도움을 거절하고, 내심 싫어하면서도 펠릭스의 옆에 앉았다.

 "호오, 이건……."
 먼저 물에 발을 담근 펠릭스가, 녹아내릴 듯이 눈을 감으며 숨을 내쉬었다. 슈는 마음속으로는 '이 남자는 맨날 호들갑이여.' 하고 얄밉다는 듯이 생각하면서도, 천천히 물에 발을 담갔다.
 '어라……?'
 족욕 같은 건 몇 번이고 체험했고, 지쳤을 때는 사용인에게 리플렉솔로지를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야외의 공기와 녹음에 치유받고 있어서인지, 온천의 향이 힘을 풀어주어서인지, 슈는 몸의 긴장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빠져, 놀랐다.
 "Très bien……. '족욕'이라는 거, 정말 편안하구나. 슈도 갑자기 조용해졌는데, 나랑 같은 느낌을 받은 거려나."
 "따, 딱히 아무렇지도 않은디. 발이 차가웠으니까,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을 뿐이여."
 "후후. 그렇다면, 잠깐 느긋하게 있을까."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이 볼을 간지럽힌다. 상상 이상으로 족욕이 기분 좋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슈였지만, 옆에 앉아있는 남자만이 방해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과 조금만 더 느긋하게 있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자니, 펠릭스가 말을 걸어왔다.
 "……슈, '끝말잇기'를 하자."
 "……하?"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녀석은, 하고 말하듯이 슈가 펠릭스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어릴 적 슈와 '끝말잇기'를 했던 게 떠올라서 말이지. 나는 그 덕에 외운 일본어도 있어."
 "짜증 나……. 할 리가 읎잖여, 와 이라노."
 "'노'? 그럼 나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안 한다고 했잖여. 귀찮고로."
 "'로'로 시작하는 단어인가, '노동유연성'은 어떨까. ……이런, 실례. '성'으로 끝나는 단어만 말하면 공평하지 않지."
 "……진짜, 짜증 나! 좀 조용히 못 있나!?"
 "미안. ……뭔가 말을 하고 싶었는데, 괜찮은 말이 떠오르질 않아서."
 슈는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펠릭스의 목소리에 조금의 쓸쓸함이 배어 나오고 있다고 느꼈다. 분명 지금의 펠릭스는, 표정에도 그게 드러나 있을 테지. 정말이지, 귀찮게.
 "그러면, 발밑의 물소리랑,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 그라고, 멀리서 우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볼까."
 그렇게, 다시 조용한 시간이 찾아왔다.

 귓가에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옆에 있는 상대에게만 들릴 작고, 상냥한 자장가. 분명 한참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이건…….
 "!!"
 퍼뜩 정신이 들자, 슈는 펠릭스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아마 5분이나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을 테지만, 어느새 졸아버렸던 모양이다. 하필이면 이 남자에게 기대 잠들어버리다니, 이런 실태가 없다고 생각하며, 슈는 혀를 차고 급히 몸을 떨어뜨렸다.
 "미안, 깨워버린 거려나. 정말 잠깐이었지만, 깨우는 건 내키질 않아서 말이지."
 "……."
 슈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고는, 수건으로 난폭하게 발을 닦았다.
 "내, 이제 갈기다. ……당신, "
 "괜찮아. 아무에게도 말 안 할게."
 슈가 말하고 싶은 말을 끊듯이, 작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펠릭스가 답했다. 생각하고 있는 건 뻔히 다 보인다는 건가. 그때 슈는, 졸다가 깨어났을 때의 펠릭스가, 조금도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제 머리를 상냥하게 받아두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정말이지 자신보다 어른스럽고, 짜증 나서. 역시 이 녀석은 정말 싫어.,
 "오랜만에, 슈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
 "……어쩌라고, 진짜 기분 나쁘다."
 "다음에 언젠가, 너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슈, 조심해서 돌아가려무나."
 "……나헌티 말 걸지 말라꼬. 시끄럽다."
 떠나는 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펠릭스는, 다시 혼자가 되고는 가볍게 미소를 띠었다.
 "즐거웠'어', '어'쩌라고. ……돌아가려무'나', '나헌티'……인가. 마지막의 대화가 '끝말잇기'가 되었던 건 우연이려나."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펠릭스는 이 짧은 순간과, 슈의 순수한 자는 얼굴을 가슴 깊은 곳에 담아, 자물쇠를 걸었다.
 "……그럼, 나도 슬슬 방으로 돌아갈까. 모두가 있는 곳으로."
 펠릭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족욕장의 수면이, 석양의 오렌지색을 반사하여 반짝반짝 빛났다.

 슬슬 날짜가 바뀌려 하는 밤중, 쥰은 대욕장에 찾아왔다. 방에는 실내 욕장뿐만이 아니라 노천온천도 달려 있었지만, 역시 온천이라면 대욕장.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온천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것과(물론 쥰은 헤엄을 칠 수 없지만), 여러 종류의 온천이 있는 게 매력적이다. 쥰은 몰래 방의 술자리를 빠져나와, 대욕장에서 심야의 입욕을 즐기려 했다.

 모든 로커에 열쇠가 달려있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쥰은, 페트병의 상온의 물을 전부 마시고, 빠르게 옷을 벗어 욕장의 문을 열었다. 빠르게 몸을 씻고, 맨 처음 점찍어둔 욕조에 몸을 담갔다.
 "후우……. 좋은 물이네. 그나저나, 아까 술자리 굉장했지……."
 쥰은 방금까지 있었던 방의 소동을 떠올렸다.

 "오-, 토모루, 수고했어! 빨리 옷 갈아입고 앉으라고. 페리가 엄청 비싼 와인 잔뜩 가져왔으니까, 빨리 열자고."
 "조금 식어버렸지만, 토모루의 저녁밥은 여기 있어."
 "토모루, 연회는 이미 시작했단다. 함께 즐기자꾸나."
 "수고했어, 토모루. 어라, 왠지 얼굴이 좀 빨갛지 않아?"
 "아, 신칸센에서 맥주를 좀. 복잡한 안건이 겨우 정리된 데다가, 오늘부터 온천이라고 생각하니까 설레서."
 이어지는 철야로 지쳤을 토모루지만, 드디어 일에서 해방되어 개운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걸 본 멤버도 안심하고, 펠릭스가 가져온 와인이 한 병, 두 병, 세 병……, 비어갔다.

 "하아아~? 페리, 야구권*을 모른다니 진짜냐고. 그럼 하는 수밖에 없겠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옷을 벗는 게임)
 "좋아! '야자타임'이라는 걸 해보자꾸나."
 "히에에 펠릭스 상 설마 하실 줄은! 저는 참여 안 하는 걸로 부탁드릴게요……!"
 "아하핫. 쥰, 무슨 소리야. 혼자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토모루 무서워! 눈이, 눈이 맛이 갔다고!"
 "……토모루는 꽤 취한 것 같군. 쥰, 각오하는 게 좋겠어."
 "왜 일어나는 건데요! 다이몬 상이라면 모두를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에에!!"
 그 뒤로는 수라장이었다. '양말은 하나씩 카운트해도 되는가 어떤가,' 하고, 터무니없는 모습으로 싸우기 시작한 취한 멤버들의 틈을 보고, 쥰은 혼자서 몰래 빠져나왔던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취한 모습을 보는 거, 오랜만이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지만."
 돌아갈 때는 다들 진정된 상태면 좋겠다고 쥰이 생각하는 사이, 등 뒤의 문이 덜컥,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엣!? 잠깐, 누구? 팬텀의 살마은 아닐 테고, 말 걸면 어떡하지……!'
 쥰이 허둥대며 머리에 타월을 뒤집어쓰고 숨을 죽이고 있자, 등 뒤의 사람이 '흠, 물 온도는 괜찮군.' 하고 혼잣말을 했다. 그 목소리는 어렸지만, 말투는 꽤 태연자약했다. 그렇다고 할까,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쥰은 '푸엣취!!' 하고 거하게 재채기를 해버렸다. 아아, 끝났다……. 각오를 다지고, 천천히 돌아보며 쥰이 말했다.
 "그……,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먼저 온 분께 말을 걸지도 않고, 실례했습니다. ……어라? 스자키 씨 아닌가요."
 "바로 들켰다-! 네그렇습니다스자키입니다……. 어떻게 안 거야? 얼굴 가리고 있었는데……."
 "……당신, 평소에도 얼굴 아래밖에 안 보이잖아요. 평소랑 다를 바 없다고요."
 "하아, 그랬지……."
 쥰은 비가 오던 어느 날, 레이지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쓰레기를 보는 시선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향하던 그 차가운 눈빛. 분명 자신을 싫어하는 것일 테고, 모처럼 온천에 왔는데 싫어하는 녀석을 만나 기분이 상하게 될 게 분명하다……, 고 생각해, 다른 욕조에 가기로 결정했다.
 "저기, 나,"
 "제가 저쪽으로 가겠습니다. 실례."
 말을 꺼내려던 쥰의 말을 자르고, 레이지는 어깨를 주무르며 조금 떨어진 욕조에 들어가려 했다. 그것을 본 쥰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저, 저기 카라스마 군! 그쪽 욕조가 아니라, 저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자기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지만, 말끝이 흐려졌다. 레이지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쥰을 보며 말했다.
 "어째서죠?"
 "저……, 카라스마 군, 혹시 어깨가 뭉친 거 아냐? 그런 거라면, 저쪽 온천이 좋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쥰은 레이지의 옆으로 가, 욕조 옆에 있는 온천의 효과표를 손짓했다.
 "여기에 쓰여있는 성분이랑 이 욕조의 온도가, 몸을 풀어주는 데에 효과적이야. 그리고, 욕조에 들어가서는 찬물로 적신 수건을 머리에 올려두는 게 좋아. 피가 덜 쏠리니까……."
 자신감은 없지만, 쥰이 온천에 대해 이야기하는 설명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레이지는 조금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꽤 잘 아시네요. 미리 알아본 건가요?"
 "실은 나, 온천 소믈리에 자격이 있어서……."
 "……그렇군요. 그럼, 짜증을 가라앉히는 데에 효과적인 온천 같은 것도 있나요?"
 "엣, 카라스마 군 짜증 났어!?"
 "제가 아닙니다. 우리……,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대화가 달아오르는(?) 두 사람. 자기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레이지에게, 쥰은 기뻐져서 조금 대화가 능숙해졌다. 그리고 함께 샤워장을 가로지르던, 그때.
 "그리고 이쪽 온천도 엄청나서……, 아, 카라스마 군 안경 벗고 있어서 잘 안 보이지? 발밑 조심해. ……우왓!"
 말하자마자 자기가 미끄러진 쥰은, 넘어지려 하는 것을 급히 버텨냈다. 좋아, 안 넘어졌어, 세이프! ……하고 생각했지만, 발밑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마, 무언가를 밟은 듯한. 슬쩍 발을 들어보자, 그것은 옆에 놓여있던 레이지의 안경이었다.
 "우와아아아아미안! 레이지 군 거지 이거? 안 깨졌지!?"
 급히 허둥대며 안경을 집어 들고, 일어나는 쥰. 기가 막히면서도 허리를 숙여 상태를 살피려 하는 레이지. 두 사람의 머리가 부딪쳐, '쿵'하고 둔한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아파앗……."
 "쯧……."
 "혀 찼어-! 그렇겠지화나겠지죄송합니다아아!"
 "혀 찬 거 아닙니다."
 쥰이 주워 든 안경을 살펴보자, 렌즈는 깨지지 않았지만 프레임이 잔뜩 찌부러져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앗"
 "……."
 잔뜩 울먹거리는 눈으로 쥰이 레이지를 올려다보자, 그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이게 현대미술이라면, 그 제목은 '무無'가 딱이겠지. 저기, 지금 어떤 기분이야……? 쥰은 지금 당장 혀를 깨물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아, 정말……. 괜찮습니다. 예비를 가져왔으니까. 그것보다, 스자키 씨의 발은 괜찮나요."
 "내 발 같은 건 아무래도 괜찮아! 있지, 그거 비싼 거지? 그, 그래도 힘내서 변상할 테니까!"
 "괜찮습니다."
 "그러면 안 돼……!"
 말 그대로 버려진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쥰에게, 레이지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수리비는 들겠지만, 이렇게나 기가 죽은 사람에게 돈을 받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까 당신이 알려준 온천 지식으로 퉁치도록 하죠. 유익한 정보도 있었으니."
 "정말로……? 카라스마 군, 너무 상냥하잖아……. 고마워……."
 상냥해? 내가? 레이지는 쥰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코웃음을 치고 '빚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먼저 욕장을 나오려고 했지만, 이대로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간청에, 다시 한번 (쥰이 추천한) 온천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윽고 아무도 없을 터였던 대욕장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정말 흥미로웠어."
 두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의 위치에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그 인물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역시, 저 두 사람은…….' 하고, 혼자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