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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드라마

from ARGONAVIS 제2부 제1장 보이스드라마 「레종 데트르-소리 높여 우는 노래-」후편

https://www.youtube.com/watch?v=7RIhWdjDMKg 

 

[문 소리]

 

사네토모: 와카쿠사 씨를 현관문까지 안내하고 왔습니다. 슈 씨는 혼자서 뛰쳐나가버렸습니다만…….

 

겐: 상관없다. 수고했다. … 정말이지, 어린애를 상대하는 건 지치는군. 자네, 뜨거운 차를 한 잔 타오도록.

 

사네토모: 알겠습니다.

 

[발소리]

 

사네토모: 그나저나, 사장님. 이야기해도 괜찮았던 겁니까?

 

겐: 덕리버의 후계자를 와카쿠사 군으로 한 것 말인가? 아니면, 그와 슈가 이복형제라는 것 말인가.

 

사네토모: 둘 다입니다. 후계자 건이 알려지면, 와카쿠사 군이 사장님의 친아들이라는 것은 절로 알려지게 될 테지요. 물론, 언론 대책은 확실하게 해 두었습니다만, 그들에게 알리는 건 꽤나 빠른 타이밍이다 싶어서, 의외라서요.

 

겐: 슈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와카쿠사 군이나 풍신RIZING!의 방해가 되기 전에 빨리 못을 박아두는 게 정답이잖나.

 

사네토모: 그렇군요. 

 

겐: 풍신RIZING!은 덕리버사의 얼굴이 되어 반드시 팔리는 밴드가 되어야만 하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다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지.

 

사네토모: 네, 말씀대로입니다.

 

겐: 못 쓰게 된 말을 계속 가지고 있어도 의미가 없지. 시간도 돈도 유한하니까. 필요 없는 건 잘라내 버리는 수밖에 없지.

 

사네토모: 여전하시군요. 이전부터 줄곧.

 

겐: 뭐라고 했나?

 

사네토모: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발소리]

 

사네토모: 차를 내왔습니다. 여기.

 

 

후우타: 있제, 코우니, 아오이, 아직 안 돌아오는 거가? 마중 나가는 게 좋을라나.

 

야마토: 겸사겸사 편의점이라도 갈까. 왠지 출출해졌는데.

 

코헤이: 그렇네. 엇갈리면 안 되니까, 누가 남아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미사키: 그럼 어떡할래? 가위바위보로 정할래?

 

[문소리]

 

아오이: 다녀왔어…….

 

후우타: 아, 아오이! 어서온나!

 

야마토: 어서 와.

 

코헤이: 응?

 

야마토: 왠지 기운이 없네. 아오이도 배가 고픈 건가?

 

후우타: 와 그라는데? 지금 사쿠타로 데려올 테니께, 같이 노래 안 부를라나? 그라믄 기운이 날기다!

 

아오이: 아니. 괜찮아, 고마워.

 

코헤이: 추웠지. 지금 따뜻한 마실 것이라도 타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

 

미사키: 그래, 나도 도울게.

 

미사키: 있지, 코우니. 아오이 녀석, 사장한테 무슨 소리 들었으려나? 대놓고 무슨 일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잖아.

 

코헤이: 그렇네. 하지만 억지로 캐물어도 될 일인지, 나는 모르겠어. 아오이가 말을 꺼낼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네.

 

미사키: 뭐냐고, 우리랑 관계있는 얘기 아냐? 그럼 언젠가는 알게 될 일 아냐.

 

코헤이: 응. 하지만 그게 나쁜 뉴스라면 우리가 상처 입은 걸 보고 이야기를 전한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녀석이잖아, 아오이는.

 

미사키: 확실히…….

 

코헤이: 그러니까, 이야기할 타이밍은 그 녀석한테 맡기자.

 

미사키: 뭐, 코우니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하지만, 어떤 이야기더라도 받아들이자고. 아오이만 힘든 표정 짓는 건 보고 싶지 않다고.

 

코헤이: 응, 물론이지.

 

[발소리]

 

코헤이: 자, 아오이. 코코아야.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마셔.

 

아오이: 고마워.

 

후우타: 있지, 아오이. 사장님한테 뭐라고……,

 

코헤이: 후우타.

 

후우타: 뭐고, 코우니.

 

코헤이: 아냐.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않을래?

 

후우타: …….

 

미사키: 있잖아, 아오이. 무슨 일 있었던 거지?

 

코헤이: 어이, 미사키!

 

미사키: 코우니, 미안. 난 역시 못 참겠어. 본인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괜찮지만, 아오이만 짐을 짊어지게 한 것 같아서 싫단 말이야.

 

후우타: 내도, 활기차지 않은 아오이를 보는 건 힘들다꼬. 야마토도 그렇제?

 

야마토: 응. 너희는 어떤 일이든지 함께 극복해 왔잖아? 그럼, 다 같이 이야기를 듣고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해.

 

후우타: 응, 지금은 야마토도 같이 있으니께!

 

코헤이: 그렇네, 알겠어. 아오이, 무슨 일 있었어? 말할 수 있는 부분부터 말해봐. 전부 우리가 들어줄 테니까.

 

아오이: 다들……, 알겠어, 말할게. 사실은…….

 

 

미사키: 잠깐, 잠깐, 잠깐! 이야기가 너무 크잖아!

 

야마토: 그러니까, 아오이의 진짜 아버지는 덕리버의 사장이라는 건가. 그나저나, 너희는 몰랐던 거야?

 

코헤이: 물론, 나가사키의 부모님이 아오이의 양부모님이라는 건 알고 있어.

 

후우타: 음, 그랬던가.

 

미사키: 우리가 아직 어릴 때 아오이가 알려줬잖아!

 

아오이: 나에게 있어서 진짜 부모님은 나가사키에 있는 아빠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어.

 

코헤이: 하지만 이번에, 그 사장이 육친이라고 말한 데다가, 상속자로 삼고 싶다고 말한 건가. 이건 상상도 못 한 이야기네.

 

미사키: 그 말도 안 되게 큰 회사를 아오이가 떠맡는 거냐. 무겁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네.

 

야마토: 그렇네. 하지만 우선, 우리 일이야. 아오이는, 진짜 아버지가 그 녀석이라는 걸 알게 된 게 충격이었어? 아니면, 후계자 어쩌구 하는 일에 곤란해하는 거야?

 

아오이: 아니, 내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로서는 후우라이 멤버들이 어떻게 될지가 제일 걱정이라고.

 

코헤이: 아오이…….

 

아오이: 덕리버사가 후우라이를 데뷔시키려고 하는 건 나라는 후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어. 사장은 후우라이를 자기 걸로 만들어서 편한 대로 써먹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 이대로는, 우리는 계속 회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될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후계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분명 지원이 끊길 거야.

 

미사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아오이의 마음 아냐? 아오이가 싫은 일은 우리도 싫고, 그걸로 지원이 없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잖아.

 

아오이: 하지만! 그 회사의 수법을 봤잖아? 지금의 후우라이가 이런 처지에 처한 건, 내 탓이야. 게다가, 아버지랑 어머니도 슬프게 만들어버릴지도 몰라. 그게 싫은 거야.

 

후우타: 아오이, 울지 마. 내도 슬퍼지잖여.

 

아오이: 다들, 미안……!

 

코헤이: 아니, 아오이는 전혀 잘못한 거 없어.

 

후우타: 그치만, 그라믄 왜! 아오이가 슬퍼해야 하는 건디? 우리, 지금처럼 다 같이 음악을 하믄 그걸로 충분했을 건디. 줄곧 행복했는디.

 

 

슈: 내도 모르게 잠들어부렀네……. 이제, 지금이 몇 신지도 모르겄어. 일어날 기력도, 없어. …숨을 들이쉬거나, 뱉는 것조차 힘들어. …왜? 눈이 떠져버리는 건데. 이대로 계속, 잠들어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라믄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겐: 덕리버의 후계자는 와카쿠사 아오이 군으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너를 지원할 일은 없을 거다. 이제 너는 덕리버와 어떤 관계도 없는 인간이라는 거다. 밴드를 계속 하든, 그만두고 교토로 돌아가든 마음대로 하도록. 너는 이제 나에게 필요 없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얼굴을 비추지 말도록.

 

 

슈: 으윽, 어째서, 파파는 내를 안 봐줬던 거고. 어째서, 파파는 내를 버린 거고. 어째서…….

어릴 때부터 줄곧, 파파도 마마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 학교 행사도, 중요한 날에도. 열이 났던 날에도, 내는 혼자였다. 그래서 내는, 파파를 위해서 노래를 만들었어.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이라면, 분명 닿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건 거짓말이었다. 분명, 내 곡을 듣는 녀석들도 그럴기다. 3년 앞, 5년 앞, 이 앞으로도 줄곧 내를 봐줄 사람 같은 건, 아무도 읎다. 내 음악도, 나 자신도. 질리면 버리는 거다. 필요 없어진 장난감처럼. 제일 쓸모없는 건, 내잖아. 결국, 내는 누구에게도 가치 없는, 어디에나 있는 시시한 꼬맹이었던 거제. 그라믄 내는, 어째서 여기 있는 거고. 내, 어째서……, 살아있는 거고…….

 

 

슈: 펠릭스 선생님! 그 프랑스어, 어떻게 읽는 거야?

 

펠릭스: 아아, 이건 raison d'être.

 

슈: 레종, 데…, 무슨 의미야?

 

펠릭스: 아, 레종 데트르. 일본어로는 '존재 이유'라고도 번역할 수 있겠지.

 

슈: 존재 이유가, 뭐야…?

 

펠릭스: 철학 용어인데, 한마디로 표현하긴 어렵네. 그렇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하려면, 절망과도 마주해야만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어서,

 

슈: 어려워~!

 

펠릭스: 하핫, 그렇네. 어른에게도 정말 어려운 말이야.

 

 

슈: 계속, 계속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만 떠올라. 머릿속이 말로 가득 차기 시작해서. 전부, 뱉어내지 않으면…, 머리가 쪼개질 것만 같아…! 노트. …어디 있더라. …, 하핫, 손이 떨려서, 잘 못 쓰겄어…. 힘드네…. 그래도, 써야만 해. 쓸 때마다, 아주 조금씩, 숨이, 쉬어지니까.

언젠가, 이런 노트를, 태웠었제. 거기엔, 뭐가 쓰여져 있었을까. 이런 식으로, 힘들어하면서 쓴 말이려나. 아니믄, 남겨두고 싶었던, 멋진 추억이었을라나. 내 말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라나.

 

 

[노크소리]

 

레이지: 슈,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조금은 무언갈 먹는 편이….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실례, 열겠습니다.

…없어? 젠장, 어느 새에? …쪽지 같은 것도, 없나.

 

[핸드폰 소리]

 

레이지: 핸드폰도…. 칫, 지갑도 두고 간 건가.

 

타다오미: 슈 군 상태는 어때? 어라, 없네. 슈 군은 어디 간 거려나.

 

레이지: 타다오미, 미안하지만, 잠깐 밖에 나갔다 오지.

 

타다오미: 레이지 군!

 

 

레이지: 짐작 가는 곳은 대충 다 돌았는데, 어디에도 없나…. 젠장. 어디 있는 거야. 지갑도 핸드폰도 안 가지고 있다면, 교토에 갔을 가능성은 없어. 덕리버의 비서도 회사에는 오지 않았다고 했고. 그렇다면, 어디에? 슈가 의탁할 만한 곳은 없을 텐데. 그 녀석에게는 기댈만한 친구 같은 건, 아무도 없으니까. …통쾌한 기분, 인 건가. 지금까지 내가 당해온 짓들을 떠올리면 조금은 기분이 후련해진다. 하지만, 내가 복수하고 싶은 건 슈가 아니야. 그 녀석의 아버지다. 그 녀석이 내 아버지와, 예전에 아버지가 만들었던 스카이폭스 레코드를 엉망으로 만들었어. 이런 곳에서 슈가 무너져선 곤란해! 그리고, 그 녀석은 아직 어린 아이다. 그 녀석의 음악이나 그 녀석 본인을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그렇다면, 갈 곳은 한 곳뿐이지.

 

 

[노크]

 

겐: 누구지.

 

레이지: 카라스마 레이지입니다.

 

겐: 아아, 자네인가. 비서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자네와 약속을 잡은 적은 없었을 텐데.

 

레이지: 급한 용건이 있습니다. 슈가, 사라졌습니다.

 

겐: 사라졌다고? 핫, 평소 같은 변덕이겠지. 내버려 두면 언젠가 돌아올 거다.

 

레이지: 하지만,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집을 나갔다고요. 회사의 사람들을 쓰면 바로 찾아낼 수 있을 테지요. 찾아주지 않겠습니까.

 

겐: 자네도 항상 슈에게 휘둘려서 고생이지 않나. 이 기회에 편하게 지내는 게 어떤가.

 

레이지: 윽…!

 

겐: 어차피 평소처럼 짜증을 내고 있을 뿐이니, 걱정해 봤자 의미가 없지. 정말이지, 폐만 끼치는 꼬맹이군.

 

레이지: 하아. 당신이 그러니까, 슈가 그런 아이로 자란 것 아닙니까.

 

겐: 호오,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레이지: 그 녀석은 확실히 제멋대로에 억지만 부립니다. 시간이 지나도 어른이 되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기만 하죠.  그게 왜인지, 정말 모르는 겁니까? 슈는 당신이 사랑해줬으면 했던 거라고! 정말 좋아하는 아버지가, 사랑해 주고,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길 바랐던 거라고. 그 녀석의 행동은 전부 당신이 봐줬으면 해서 벌인 일이잖아.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다운 행동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적어도 그 녀석을 찾아서, 발견하면 한 마디라도 좋으니까 그 녀석에게 사과해 주세요!

 

겐: 하핫.

 

레이지: 슈에게 사과해!

 

겐: 꽤나 흥분했군. 그게 사람에게 부탁하는 태도인가?

 

레이지: 윽.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겐: 하핫. 도게자라니, 고전적인 방식이군. 내 앞에 엎드리는 녀석들은 잔뜩 봐왔지만, 자네같이 어린 자는 처음일지도 모르겠군.

 

레이지: 부탁, 드립니다….

 

 

사네토모: 이런, 슈 씨, 언제 나타난 겁니까? 이런 곳에서 엿듣고 있다니.

 

슈: …!

 

사네토모: 상당히 주인을 생각하는 종자군요. 도와주러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여기 있다고, 알려주면 될 텐데.

 

[발소리]

 

사네토모: 젊은 패기의 무모한 행동은 보기 좋긴 하지만, 역시 조금 더, 어른의 힘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네.

 

 

후우타: 하아…. 오늘 연습도 뭔가 피곤했데이.

 

야마토: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그 외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말이지.

 

미사키: 덕리버랑 이야기하는 것도 어정쩡하게 넘어갔고 말이지. 뭐, 말한다 하더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결론도 안 나왔고 말이지.

 

후우타: 아~, 걷는 것도 귀찮다. 배고픈디. 코우니, 뭐 먹고 들어가자.

 

미사키: 괜찮네. 맛있는 거 먹고 힘내자고.

 

야마토: 나는 쌀밥이 있는 가게라면 뭐든 좋아.

 

코헤이: 알겠어, 알겠어. 가끔은 그렇게 할까. 아오이는 뭐가 좋아?

 

아오이: …나는 괜찮아. 좀 걸었다가 돌아갈게. 너무 비싼 거 먹지 마. 그럼.

 

미사키: 어이, 아오이! …가버렸네.

 

코헤이: 잠깐 혼자 있게 해 줄까.

 

야마토: 그렇네. 그게 좋겠어.

 

코헤이: 만약 늦어질 것 같으면, 다 같이 데리러 가자.

 

후우타: 응, 글네.

 

 

아오이: 우왓, 비 오기 시작했네. 역시 바로 돌아가는 게 좋으려나. …어라, 벤치에 앉아있는 거….

 

[발소리]

 

아오이: 저기, 우지가와 군.

 

슈: 니, 뭔 일이고.

 

아오이: 그러니까, 비도 오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지. 이런 곳에 있으면 감기 걸려.

 

슈: 방해된다. 절로 가라.

 

아오이: 그런 말 하더라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그리고 나, 너랑 얘기해야겠다고 줄곧 생각했거든.

 

슈: 시끄립다. 입 다물어라.

 

아오이: 아니. 말할 거야. 그 이후로 줄곧, 그날의 네 얼굴이 머리에 박혀서 떨어지질 않아서. 나, 알고 있어. 그건 모든 것에 절망해 버린 사람의 얼굴이라는 걸. 하지만,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나는 너랑 친했던 것도 아니고, 내 얼굴 같은 건 보고 싶지도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렇게 추운데 혼자서 이렇게 추운데 혼자서 쓸쓸하다는 듯이 앉아있는 너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슈: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니 목소리 같은 건 듣고 싶지 않다고!!

 

아오이: 잠깐, 우지가와 군!

 

슈: 놔!

 

아오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무것도 안 들고 어딜 가겠다는 거야. 입실론 사람들은 알고 있어? 비도 오기 시작했으니까, 분명 걱정하고 있을 거야.

 

슈: 뭐냐고! 갑자기 나타나서 형 노릇이야? 잘난 척하지 마.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나는…!

…왜, 내가 아니라 너냐고! 처음부터, 전부. …가지고 있었으면서! 너 같은 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당장 사라져 줘. 내 눈앞에서!

 

아오이: 싫어. 여기서 내가 사라진다면, 네가 또 혼자가 되잖아.

 

슈: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나 같은 건!

 

아오이: 상관없을 리가 없잖아!

 

슈: 어째서!

 

아오이: 몰라! 하지만, 네가 지금 혼자서 울고 있으니까!

 

슈:….

 

아오이: 난 너를 무섭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하지만 줄곧, 대단한 아이라고 생각해 왔어. 이렇게나 재능이 있고, 어른들조차 감탄하게 만들 정도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네 노래는 분명, 아무리 멀리 있는 사람이더라도 닿을 거라고. 하지만 앞으로, 네가 어떤 곳에 간다고 하더라도, 외톨이라서 쓸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네가, 이젠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이렇게 또 옆에 있을 거야.

 

슈: 왜, 니가 우는 건데….

 

아오이: 그야, 우지가와 군이, 슈 군이 울고 있으니까….

 

슈: ….

 

아오이: 그치게 해 줄 수 없어서, 정말 미안해.

 

슈: 니 앞에서, 울고 싶지 않다고. …진짜, 뭐고, 이거.

 

아오이: 나도, … 울고 싶지 않은데도 울어버릴 때가 있어. …하지만 그럴 땐,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있는 힘껏 울어버리면 되는 거 아닐까.

 

 

레이지: 슈!

 

슈: 레이지.

 

레이지: 이런 곳에 있었습니까. 옷까지 흠뻑 젖어선. 정말, 어디에 갈지 정도는 알려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요. 자, 집에 돌아갈 겁니다. 괜찮습니까?

 

슈: …괜찮아. …알겠어, 갈게.

 

레이지: 와카쿠사 씨, 감사합니다. 이 답례는, 언젠가.

 

아오이: 아, …응.

 

 

후우타: 아, 아오이 있다! 다들, 이쪽!

 

미사키: 아, 진짜다! 어이, 괜찮냐!

 

아오이: 다들….

 

코헤이: 걱정했다고. 영 돌아오질 않으니까, 다 같이 찾으러 왔어. 완전히 몸이 식었잖아. 자, 내 겉옷 입어.

 

야마토: 무사해서 다행이야. 후우타랑 미사키가, 아오이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소란을 피워서 급하게 뛰쳐나왔어.

 

미사키: 나는 그런 말 안 했다고. 

 

후우타: 어라, 아오이. 또 울었나?

 

아오이: 안 울었다고!

 

미사키: 진짜냐고. 또 괜찮은 척하는 거면 가만 안 둔다?

 

아오이: 아냐, 정말 괜찮아. 다들,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코헤이: 당연한 거잖아? 자, 다 같이 돌아가자. 아오이의 저녁밥은 테이크아웃으로 사뒀으니까.

 

후우타: 하아~, 역시 다 같이 모여있으니 안심된다.

 

야마토: 한 명이라도 빠지면 위화감이 느껴지지.

 

미사키: 그래! 우리는 역시 이래야지.

 

후우타: 있제, 역시 내일 다 같이 덕리버에 안 갈라나? 이런 건 빠른 게 좋다고.

 

미사키: 쳐들어가는 거냐? 좋지.

 

야마토: 재미있을 것 같네.

 

코헤이: 잠깐 너희들.

 

후우타: 코우니도 아까 회사 불평 잔뜩 했다꼬.

 

아오이: 그래?

 

야마토: 응. 아오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더라면 회사를 엎으러 갈 것 같은 분위기를 뿜고 있었어. 코헤이 상은 항상 온화한 사람인데.

 

미사키: 응? 그렇지.

 

후우타: 그럼 다들, 돌아가면 바로 작전회의하자꼬! 우리 후우라이는 아무한테도 안 진다꼬!

 

 

코헤이: 늦어져서 미안.

 

후우타: 실례합니다.

 

야마토: 실례할게.

 

미사키: 웨-이!

 

아오이: 수고-.

 

카나타: 늦어. 길이라도 잃은 거야? 이래서 촌놈들은 곤란하다니까.

 

미사키: 너희도 도쿄 사람 아니잖아.

 

후우타: 야마토는 도쿄 출신이여. 이중에선 제일 시티 보이라꼬.

 

코헤이: 그 야마토가 미아가 된 탓에 늦은 거지만 말이지. 고향인데도.

 

하루카: 도쿄가 제일 도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이미 촌뜨기라고.

 

타다오미: 후우라이 멤버들 모두 활기차보여서 다행이야. 데뷔 이야기가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풀 죽은 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카나타: 데뷔 이전에, 덕리버에 쳐들어가서 잘려버렸잖아? 하핫, 촌스러.

 

야마토: 아니, 잘렸다기보다는, 의견이 맞물리지 않아서 계약은 파기라는 말을 들어서, 그건 우리가 할 말이라고 하고 왔을 뿐이야.

 

하루카: 하핫, 재밌네.

 

아오이: 뭐, 시작 지점으로 돌아왔을 뿐이니까. 다시 처음부터 착실하게 힘낼 거야. 다 같이.

 

슈: 그래, 그래. 애 보는 형아, 잘났네.

 

레이지: 슈, 전원 모였으니 슬슬 시작할까요.

 

슈: 글네. 자, 형아들, 잘 들으라꼬? 지금부터 진-짜 중요한 발표를 할 거니까.

 

야마토: 설마 또 뭔가 꾸미고 있는 건가.

 

슈: 걱정 안 해도, 오늘은 좋은 뉴스밖에 읎다꼬? 우선은, 내가 만든 레이블, 스카이폭스 레코드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

 

코헤이: 네가 만든 레이블이라니. 우지가와는 아직 중학생이잖아.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건데?

 

슈: 하핫, 지금처럼 어린애는 운영 못 할 거라는 소리를 들을 거라는 건 이미 상정 범위 내여. 그러니께, 대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한테 시킬 거다.

 

타다오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니.

 

슈: 기다렸제, 들어와도 된다.

 

사네토모: 다들, 오랜만, 은 아닌가.

 

후우타: 어라, 덕리버의 사장 비서인…. 왜 여기 있는 거고?

 

사네토모: 하핫, '전' 비서야.

 

아오이: 전, 이라니.

 

사네토모: 이미 그 회사랑은 연을 끊었으니까. 그럼, 다시 인사하도록 하지. 내 이름은 소스이 사네토모, 앞으로 스카이폭스 레코드의 대표를 맡을 거야.

 

카나타: 헤에~, 전, 이라고는 해도, 그 회사에 있던 사람이 요직에 서는 건가.

 

미사키: 뭐, 우리랑은 상관없는 얘기지만. 또 너저분하게 얽히고 싶진 않으니까.

 

슈: 걱정 말라꼬. 좀 사정이 있어가, 이 아저씨는 우리 아군이 될 거여.

 

사네토모: 헤에, …하. 너희한테는 나는 아저씨인가. 뭐, 됐어. 그건 내버려 두고, 하나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스카이폭스는 여기 있는 너희들, εpsilonΦ와 풍신RIZING!과 아티스트 계약을 맺고 싶어.

 

아오이: 엣!?

 

후우타: 아오이, 뭔 소리고?

 

하루카: 아티스트 계약이라는 건, 너희가 이전에 덕리버랑 맺었던 계약이랑 같은 거다. 그러니까, 너희와 우리를 스카이폭스에서 데뷔시켜 준다는 말이라고. 그런 거지?

 

슈: 그 말대로.

 

카나타: 흐응? 이 녀석들이랑 동렬인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데뷔할 수 있는 건, 뭐, 좋은 거 아냐?

 

타다오미: 응, 정말 좋은 뉴스네.

 

코헤이: 우리한테는 정말 좋은 이야기지만, 어째서.

 

사네토모: 다들 LR페스에서 다른 밴드와의 경쟁을 겪어봤을 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이야기. 앞으로는 프로로서의 정면승부가 될 거야.

 

후우타: 프로로서….

 

사네토모: 그래, 앞으로 더 큰 싸움이 시작될 거야. 그런 밴드끼리의 싸움의 세계에서 스카이폭스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εpsilonΦ와 풍신RIZING!이라는 거지.

 

야마토: 그렇군. 하지만, 우리는 이제 회사의 꼭두각시가 되는 건 싫다고.

 

후우타: 내도, 모두와 함께가 아니면 싫다. 앞으로도 계속 정말 좋아하는 후우라이랑, 정말 좋아하는 스카 밴드를 하고 싶다꼬.

 

사네토모: 물론, 너희도 εpsilonΦ도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줬으면 해. 스카이폭스는, 그걸 위한 레이블이니까.

 

미사키: 코우니, 어떻게 할 거야?

 

코헤이: 신경 쓰이는 점이 없지는 않지만, 일단은 알겠어. 다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아오이: 그렇네. 다 같이 이야기하자.

 

코헤이: 감사합니다. 나중에 상세하게 알려주세요.

 

사네토모: 물론, 언제든지.

 

슈: 그치만, 뭐.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제. 그때는 그때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해보자꼬.

 

사네토모: 나는 실패할 생각은 없다고? 아무튼, 다들 앞으로 어떻게 되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왜 본인이 음악의 길을 고르는 건지, 그걸 제대로 생각해 줬으면 해. 기대하고 있을게.

 

슈: 그려, 고맙데이. 그렇게 됐으니께, 형아들, 앞으로 바빠질 거라꼬. 스카이폭스가 제일이라는 걸, 세상의 녀석들이 알게 만들 때까지, 쉴 시간 같은 건 없으니께.

 

미사키: 진짜냐고. 설마 했던 블랙기업이냐.

 

후우타: 엣, 검은 회사라는 건……,

 

아오이: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슈: 아, 레이지. 니는 나중에 용건이 있으니까.

 

레이지: 알겠습니다.

 

 

슈: 한참 전에, 레이지의 아버지가 만들었던, 내 파파가 무너뜨렸던 스카이폭스 레코드. 같은 이름이지만, 같지 않아.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 내가 만든 레이블이니께. 내 스카이폭스는 오늘, 새로 태어났다. 과거도, 덕리버도, 이제 아무래도 상관 읎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앞으로의 미래 뿐이여.

 

 

슈: 레종 데트르. ….

 

[노크 소리]

 

레이지: 슈, 말씀하신 걸 가져왔습니다.

 

슈: 아, 잠깐 기다리라. …그려.

 

레이지: 부탁하셨던 이발용 가위입니다.

 

슈: 고맙디. 뭐, 시원해지고 싶어가 말이제.

 

레이지: 직접 머리를 자를 겁니까? 미용실이라면 어딘가 예약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슈: 아니, 지금 바로 하고 싶다. 그리고 자르는 건 내가 아니여. 레이지.

 

레이지: 제가, 말입니까?

 

슈: 그려. 여기서 얌전하게 앉아있어 줄 테니까. 말해두지만, 이상한 머리 모양으로 만들면 니를 빡빡머리로 만들 거니까 말이제.

 

레이지: 알겠습니다.

 

 

슈: 거기, 좀 더 짧아도 된디.

 

레이지: 네.

 

 

슈: (왜 레이지는, 내가 하는 말을 들어주는 거고. 왜, 아직 내 옆에 있는 거고. 레이지는 줄곧, 파파에게 복수하고 싶어가 내 옆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혔다.)

 

레이지: 이번엔 고개를 숙여주세요. …슈, 고민이 있는 건가요.

 

슈: 아니, 아무것도 아이다.

 

레이지: 멍하니 있으면 다칩니다. 조심해 주세요.

 

슈: 알고 있다꼬.

 

 

슈: (얄미운 내같은 건 다쳐도 상관없을 건디. 그때 레이지는.)

 

레이지: 슈는 당신이 사랑해줬으면 했던 거라고! 정말 좋아하는 아버지가, 사랑해 주고,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길 바랐던 거라고. 적어도 그 녀석을 찾아서, 발견하면 한 마디라도 좋으니까 그 녀석에게 사과해 주세요! 슈에게 사과해!

 

슈: (그런 녀석한테 도게자까지 하고.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레이지: 슈, 오늘은 정말 멍하니 있네요. 끝났습니다. 저는 미용사가 아니니까, 이게 한계입니다. 나중에 가게를 예약해 둘 테니까, 제대로 다듬어달라고 하세요. 

 

슈: 뭐, 이 정도면 됐다. 이번엔 레이지가 여기 앉아.

 

레이지: 저도 말입니까?

 

슈: 그야, 레이지는 이 내가 부리는 사람이잖여? 그라믄, 좀 더 멋지지 않으면 싫다꼬. 니, 예전부터 계속 그런 머리스타일이고. 뭐, 됐다, 빨리 앉으라꼬.

 

레이지: 빡빡머리는 관둬주세요.

 

슈: 후훗, 그라믄, 우예할까나, 헤헷.